늪
나는 지금 큰 후회를 하고 있다.
내가 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왜 했을까?
나쁜 마음을 먹었으니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 나쁜 마음을 가지고 계속 이어갔다면, 난 아마 더 깊숙한 늪에 빠져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늪에 깊게 빠져 빠졌다면, 돌이길 수 없는 후회와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순간 나쁜 마음을 먹었고, 그에 따른 벌을 받은 줄도 모르고, 후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벌을 받지 못한 채, 그 나쁜 마음을 더 깊고 진한 마음을 가진 채 이행을 했었다면, 난 범죄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만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을.
힘들게 모은 것들을 잃었다고 하여, 속상해하고 있지만, 다시 채울 수는 있다.
채우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나쁜 마음을 먹은 죄로 늪에 깊게 빠졌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을…
늪에 빠질 뻔한 순간에 정신을 차리고 힘겹게 올라온 것만으로 다행인 것을.
어떻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나쁜 마음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계속 이행해왔다면, 난 언젠가 큰 범죄자가 되었을지도…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닭의 벼슬>을 의미하는< Noblesse>와 <달걀의 노른자>를 뜻하는 <Oblige>의 합성어인 이 말은,
<닭의 사명은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이 아니라 알을 낳는데 있다.>는 의미로,
즈음은 사회지도층의 도덕적인 의무를 나타내는 말로 <사회에서 대접받는 만큼 책임도 다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利) 앞에 서면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즘 재벌이나 정치가 등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일컫는 사람들의 작태를 보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다.
돈이나 명예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나 협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마치 혼자의 힘으로 이룬 양 독불장군으로 나대는 행태는 그저 한심스럽기만 하다.
우린 이런 질서나 도덕관념 없이 마구잡이로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저런 짐승 같은 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짐승과 똑같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사회에는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나 부모에게 상해를 입히는 폐륜아 등 수많은 <짐승>들이 득실거리고 있음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숲에서 살아가는 짐승들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위기가 닥치면 약한 짐승부터 도망친다.
그래서 덩치가 작고 힘이 약한 짐승일수록 눈치가 빠르고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다름대로의 대처법을 갖고 있다.
보호색은 거의 기본이고, 무리를 짓거나 위장은 물론 여러 개의 은신처를 갖고 있는 놈도 허다하다.
하지만 사람은 위기가 닥치면 강한 놈부터 먼저 도망친다.
부자이거나 권력을 가진 놈부터 그 자리를 떠나고
가난하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맨 마지막에 떠나거나 끝까지 남아서 고스란히 위험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다 위기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사람 역시도 힘이 강한 사람부터 돌아온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바로 욕망을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에게 있어 욕망은 가장 진솔한 자기표현이기도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서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일 게다.
사람은 죽어서 까지 그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이,
살아가는 동안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잊지 않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